
다른 책을 빌리려 갔다가 눈에 띄는 신간이라 빌려온 책. 한마디로 신의 천지창조부터 15세기말까지 그리스도교 사고로 정리한 역사 이야기 책. 굳이 이야기라고 단어를 추가한 이유는…
<뉘른베르크 연대기 The Nuremberg Chronicle>는 고대부터 전해 온 여러 가지 많은 문헌들과 또 그 당시의 문헌을 바탕으로 세계 역사를 연대 순으로 백과사전처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역사'는 영어의 히스토리history 보다는 라틴어의 히스토리아historia에 더 가깝다. 히스토리아의 뜻은 '역사'도 되고 '이야기'도 된다.
책을 읽으며 전체적인 느낌은…
이 책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먼저 일러스트레이션이 풍부하게 곁들여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자그마치 1,809 점에 달하는 삽화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실 이 책은 15 세기에 유럽에서 출판된 책들 중에서 삽화가 가장 풍부하고 또 삽화가 가장 세련되게 배치되어 있는 책으로 여긴다. 출판의 역사에서, 장인정신과 디자인 관점으로 볼 때 <뉘른베르크 연대기>는 한 세대 이전에 출간한 <구텐베르크 성서>와 비교될 정도로 정교하며 탁월하다.
이렇다.
위에 나온 책 서론과 딱 맞아떨어진다. 더이상 덧붙일 개인적인 감상평이 없는 것 같다. 이야기가 큰 줄기가 있어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삽화 한 개에 이야기 한 개가 들어가 있다. 이 책은 라틴어로 된 원문을 모두 해석한 것은 아니고 짧게 요약하거나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진행된다. 관심 있는 부분은 읽고 관심 없는 부분은 적당히 넘어가니 금방 다 볼 수 있는 책.
전체적으로 그림이 구체적이라 만화를 보는 느낌도 든다. 600년 전의 이야기책을 보는 느낌이랄까. 우리가 지금 많이 보는 천사라든지, 아담과 이브를 600년전의 중세유럽인의 관점에서 표현했다는 것이다. 지금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아름답거나 멋지거나 한 느낌은 없다. 신기한 느낌으로 완주한 책.
성경에 나오는 여러 인물과 로마의 황제들, 그 당시의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쾰른 등등 유명한 도시의 삽화가 나온다. 하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설명이나 문구는 없는 것 같다.
#트럼프_킹
삽화가 많아서 그림보며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15세기 그림체는 지금과 전혀 맞지 않지만 그림을 보면 옛날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트럼프의 킹 얼굴과 비슷하다.

그러고 나서 검색 사이트에서 “trump card king”을 검색하면 비슷한 이미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온다. 내가 어린 시절 트럼프 카드 킹에 대해 잘못 생각한 것일까?
#엑스맨_돌연변이
그리고 삽화에 나오는 모습이나 상상으로 그린 그림을 보면 엑스맨과 같은 돌연변이도 생각이 난다. 머리가 개인 사람, 눈이 4개인 사람, 큰 발이 하나인 사람, 코가 없는 사람 등등.
1세기부터 7세기 까지 전해 내려 오는 기괴한 사람들을 그림으로 책에 담았다고 한다. 이런 느낌의 기괴한 삽화가 여러 개가 나온다.
문득 든 생각은 우리나라 역사서, 예를 들면 조선왕조실록 같은 책도 삽화가 들어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세_유대인
역시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 앞서 나온 괴이한 사람들처럼 유대인들의 매우 부정적인 이야기를 자주 넣었다. 15세기 중세 유럽인의 일반적인 상식이리라 짐작할 수 있다. 현대에서도 어떤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만 접하면 그 인물의 선입견이 무의식 중에 생기듯이 그 당시 유럽인들 전체적으로 유대인을 그렇게 인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삽화 내용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 첨부할 수가 없다.
#튜튼기사
시오노 나나미의 프리드리히 2세에 관한 책을 보면 튜튼 기사단의 단장인 헤르만이 그의 생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 책에서 헤르만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삽화가 나온다.
튜튼기사: 묵주를 들고 기사단 전통에 따라 수염을 길렀다. 복장에 십자군의 십자가 표시가 있다.

#페루지아의_이단_종파
어릴적 재미있게 보았던 “장미의 이름”이란 영화에서 한 수도승이 자신의 등을 채찍질하던 장면이 기억나는데 이 책에서 이런 설명이 있다.
“채찍으로 자신의 몸을 때리는 종파가 이탈리아 페루지아에서 1259년에 시작되어 독일과 프랑스에 퍼졌다. 이 종파는 이단으로 규정되어 마침내 불과 칼로 어느 정도 뿌리 뽑혔다”

#크레인
증세시대에 성채를 지을 때 사용하던 크레인이 보인다. 가위 원리를 이용해서 중량물을 인양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그림은 바벨탑을 짓는 모습을 그린 건데 600년 전 사람들의 건물 짓는 모습이 상상돼서 재미있었다.

조금 찾아보니 트레드휠크레인(treadwheel crane)이라고 한다. 라틴어로는 마그나 로타(magna rota), 마그나는 독일식 발음이란 사실을 시오노 나나미 책에서 알게 되었고 ’크다‘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흔히 아는 마그나 카르타는 '대헌장'이라고 번역된다.
크레인 붐에 매달린 가위형 집게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루위스(lewis)이다. 지렛대 원리와 쐐기 원리를 이용해서 성채에 사용되는 큰 벽돌(masorny)를 인양하는 장치이다. 근데 위에 그림처럼 가위형은 설명된 사이트가 아쉽게도 없다. 다른 그림이너 이미지를 기대했건만 나오질 않는다. 위키에서 루위스 안에 “German kerb lifter”라고 작게 사진 한 컷만 나온다.
책에 나온 삽화 한 장에서 15세기 공학기술을 잠깐 들여다보는 기회였다.
#황제_홀_구
신성로마황제의 삽화가 여러 장 나오는데 공통점은 왕관, 홀(scepter), 구(orb)가 보인다는 것. 그리고 서양 사람에게 망토는 어떤 의미인지 긍금하다. 중세 귀족, 기사, 주교 들은 다 망토가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각종 히어로들이 망토를 사용한다. 특이한 건 DC히어로는 망토가 있지만 마블 히어로는 망토가 없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