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이야기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주)문학동네, 1판8쇄

#십자군이야기
결국 다시 ‘시오노 나나미’ 책을 들게 되었다.
영화, 드라마도 그렇지만 개인의 개성과 역량은 중요하다. 다른 책을 볼 수도 있지만 작가의 필체가 아직 지겹지가 않고 새로운 책을 읽었을 때 분명 후회 같은 생각이 날 것 같아 다시 이 작가의 책을 읽는다. 황제 프리드리히2세는 13세기 중세 유럽이었다면 이 책은 과연 11세기의 중세 유럽을 어떻게 보여줄지 흥미롭다.
첫 서막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다.
#클레르몽공의회 #우르바누스2세
십자군을 많이 들어는 봤지만 십자군 모집공고(?)를 직접 읽은 건 처음이다. 본문을 읽어보면 십자군의 내용과 성격을 바로 알 수 있다. 물론 천년 전의 상식이 없으니 달리 이해 할 순 있다.
1번 항 같은 경우는 요즘으로 치면 범죄기록 삭제 정도 될 것 같다. ㅎㅎ
1. 십자군에 참가하는 자에게는 완전한 면죄가 주어진다.
2. 질병 등 불가피한 이유로 참가하기 힘든 자는 다른 사람의 참가에 필요한 비용, 즉 의복이나 무기를 구할 돈을 헌금할 것.
3. 동산과 부동산을 불문하고 참전자가 남기고 가는 자산은, 로마 교황이 보증하고 소속 교구의 사제가 직접 책임지고 감시해서, 그가 귀국할 때까지 보전한다.
4. 십자군 참가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팔아야 하는 경우, 또는 그 자산을 담보로 빚을 내는 경우는, 정당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교황이 보증하고 주교와 사제가 책임지고 감시한다.
5. 십자군에 참가하기를 원하는 자는 먼저 자기가 속한 교구의 사제에게 신청하고 허가를 받은 후, 십자가에 서약하고 나서야 출발할 수 있다.
6. 십자가에 서약한 후에도 출발하지 않거나,혹은 출발했어도 도중에 일찌감치 돌아와버리는 자는 곧바로 파문에 처한다.
#남자의매력
프리드리히2세에서도 멋진 남자의 정의를 내리더니 이 책에서도 짧게 멋진 남자의 정의가 나온다. 프리드리히에서는 ‘정직’을 강조했는데 이번엔 ‘모험’을 강조한다. 프리드리히에서는 결혼을 설명했다면 이번엔 연애라고 할까?
십자군에 참여한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여자란 결혼상대를 고를 때는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 있고 신뢰할 수도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도 미워할 수 없는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모험에 나서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유의 남자는 여자에게 나이와 종교의 차이를 넘어 그저 ‘남자’ 로만 보이는 존재다. 성도 예루살렘의 해방이라는 슬로건에 가슴이 뜨거 워지지않는 것쯤은 여자에게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비잔틴제국 #1차십자군원정 #라인강 #도나우강
흔히 동로마제국이라 했던 비잔틴제국, 그리스정교회가 국교이고 정교일치의 제국이었다고 한다. 새롭게 알게된 사실은 ‘그리스인’이라 불리웠다고 한다. 서로마 사람은 ‘프랑크인’, 이슬람세력은 ‘아랍인’으로…
유럽지형을 보면 11세기 유럽은 라인강과 도나우강 이남에 주요 도시들이 있다.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유럽의 산맥과 강줄기를 알면 더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다. 두번째 그림에서 빈과 부다페스트가 도나우강 이남에 있는게 흥미롭다.


#에데사 #보두앵
유럽에선 자신의 영지가 없던 보두앵(로렌 공작의 고드프루아의 동생)은 처음 와 본 오리엔트의 땅 에데사에서 자신의 영지를 갖게된다. 새로운 지배자를 맞이한 사람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은 우리나라 구한말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동방이든 서방이든 당시 사람들의 바람은 몸의 안전을 보장하고 세금을 적게 걷는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만 보장해준 다면 지배자가 누가 되든 상관없었다. 십자군을 단순한 침략자 집단으로 보고 있었으므로, 자신들의 지배자가 가톨릭교도라 해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두앵도 에데사 시내에서 오리엔트의 호사스러움을 만끽하는 일은 제쳐두고 병사를 이끌고 주위 도시들을 정복하는 데 전념 한 것이다. 그는 전투에 상당히 능숙했다. 그해가 끝나갈 무럽에는 토로스 시대보다 훨씬 넓은 영토를 획득했다. 당연히 에데사 백성들에게도 인기가 올라갔다. 보두앵은 백성들로부터 지지받는 영주가 된 것이다.
#안티오키아_공방전
성을 둘러싼 공방전, 작가는 성에서 버티며 치루는 전쟁에서는 성을 지키는 쪽이 훨씬 유리함을 설명한다. 그래서 8개월에 걸친 공방전 끝에 십자군은 안티오키아를 획득한다. 한 장 전체를 할애했지만 좀 지루했다.
아마도 딱히 주인공이라 할만한 인물없이 참여했던 인물의 사실 위주로 정리하다 보니 집중이 덜 된 듯하다. 서론이 빈약해서 집중을 하지 못하고 본론으로 넘어온 것 같다.
#아쉽게도
이 책의 2권과 3권은 손이 가지 않았다. 내용이 평이한 사건의 열거라서 그럴까? 주인공이라 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럴까? 2권에 대한 호기심을 1권에서 만들어 주지 못해서 그냥 1권에서 끝냈다.
한동안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으면서 13세기 독일 황제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것 같아서 즐거웠다. 십자군 원정은 2편에서 사자심왕도 나와서 즐거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본래 관심을 갖던 근대 또는 중세말 독일 역사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