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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편,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주)인플루엔셜, 초판 10쇄, 2023년

lt.n.se 2024. 2. 14. 00:16
책표지

 

책은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양진”과 “선자”라는 특별한 인물, 그간 잘 보이지 않던 일제강점기의 영도라는 아주 허름한 공간에서 하숙집을 일구어가는 인물, 특히 여자.
처음에는 생소한 배경, 생소한 캐릭터의 인물 때문에 즐겁게 읽었다. ‘고한수’라는 인물 때문에 주인공 ‘선자’와 어떻게 로맨스가 이어질지도 궁금했고.
아슬아슬하고 힘든 영도 생활을 마무리하고 오사카로 옮길 때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힘든 생활고를 이겨내는 선자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도 잠시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고한수’가 또 등장한다. 순간 대하소설이 순정만화가 된 느낌, 결국 작가가 여자라 그런가 ‘캔디’류, ‘키다리 아저씨’류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책의 12년 동안의 이야기가 고한수라는 인물이 설계했고 선자는 그 설계된 공간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독자로서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고한수라는 인물이 또 등장할 필요가 있었을까? 오히려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오사카에서의 새로운 전개도 좋았을 것 같은데.
예를들면, ‘김창호’는 그대로 식당 사장으로 나오고 선자가 일어서는데 도움을 주는 인물로, 그 김창호가 운 좋게 선자 가족을 시골로 대피시켜 주고 다시 돌아오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로 말이다.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데.
여하튼 2편에 가면 ‘고한수’라는 인물이 어떻게 또 활용될지 모르지만 1편은 이렇게 좀 아쉽게 마무리했다.
사족으로 책을 읽으며 작가를 ‘페미니스트’라는 생각까지도 해봤다. 이유는 등장하는 남자 인물이 모두 신체적, 정서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이다. 아버지 ‘훈이’는 절름발이, 감창호는 앞을 잘 못 본다 하고, 이삭은 결핵환자, 요셉은 반신불수가 된다. 제명까지 살고 있는 사람은 한수라는 인물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가족을 이끌어가는 중심은 여자 둘이다. 왠지 모계사회를 연상시킨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너무 많이 나간 건가?)

“내 삶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좋은 쓰임새가 없다면 삶이란 아무 의미가 없을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조선인들은 항상 말썽을 일으키고 난 다음에 변명을 했다.

 
2편에 대한 감상평은 댓글에...